좀비 천체망원경. 제가 바라볼 때 좀비처럼 보이는 천체망원경이 있습니다. 이미 코스트코에서 더 이상 판매되지 않은지 수년이나 지났음에도 중고마켓에 계속 등장하는 좀비같은 코스트코 망원경, 일명 '코망'과 '코동'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별보는 취미를 이야기할때, 천체망원경은 필수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밖에 없는 도구입니다. 이 천체망원경이란 것이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요즘 환율이 많이 올라서 더욱 비싸지긴 했지만, 이삼십년 이상의 별보기를 하신 분들은 과거에 더 비싸다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망원경 경통도 비싼데, 자동으로 별을 찾아주고 추적할 수 있는 GOTO기능을 가진 마운트 역시 정말 고가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렴한 GOTO마운트 제품이 뭐가 있긴 했었나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게 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무렵 미드(Meade)사의 일부 제품들이 중국에서 생산되었고, LXD55 시리즈가 망원경 경통과 GOTO기능을 가진 마운트를 함께 세트로 판매하였는데 이 세트가 미국에선 매우 저렴했다고 합니다. EQ5급의 GOTO기능 적도의를 위해 LXD55 시리즈의 망원경을 구매하고 경통만 중고로 되팔아버리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GOTO 마운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LXD55 시리즈가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국내 천체망원경 판매 업체의 가격을 보면 양축 모터, 컨트롤러 가격이 몇 십만원씩 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 10여년 전, 2012~2013년, 코스트코에 셀레스트론(Celestron)사 102GT라는 제품과 90GT라는 제품이 판매되었습니다. 102 mm 구경 및 f/9.8의 초점비를 가진 102GT를 '코스트코 망원경'을 줄여 '코망'이라 부르고, 후에 나온 90 mm 구경 및 f/10.1 초점비의 90GT를 코망의 동생 '코동'이라 부르게 됩니다. 지금 기준으로 바라봐도 정말 입문자용 가성비가 엄청나게 좋은 제품이었습니다. 가격으로 생각하면 굴절경통은 당연히 아크로메트 구성임에도 초점비가 길어서 색수차는 크지 않을, 그리고 30만원 미만으로 대상을 찾아주고 추적하는 GOTO 기능(+컨트롤러까지_)을 가진 망원경을 가질 수 있으니,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옵니다.
제가 2010년즈음 비슷한 사양으로 빅센(Vixen)사의 VMC110L 신품 40만원대(?)와 SKYPOD GOTO 경위대 중고 30만원대에 구매를 해서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정말 저렴하게 소구경 GOTO 망원경 세트를 구성했었던 것이었는데, 제 장비를 구성할 돈이면 코동을 2개 사고도 남을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코동, 코망. 정말 가성비가 좋았던 제품입니다. 그 가격대에 생각할 수 있는 장초점 굴절로 입문자들이 행성과 달을 보기에는 정말 좋습니다. 만약 지금도 코스트코에서 신품을 40만원 내외에 판매를 한다면 저는 입문자들에게 추천을 할 것입니다. 과거에 가성비가 좋았던 제품이고 관리가 잘되어 있어도 일반적으로 중고가는 저렴해지기 마련인데, 유독 코망/코동은 그러지 않습니다. 지금 저렴하게는 30만원, 비싸게는 50만원 내외로 중고가 거래되고 있는데, 이 좀비 망원경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망원경이라는게, 마운트를 포함해서 딱히 수명을 논하지 않는 제품이긴 합니다. 물론 제조 품질이나 사용빈도, 관리, 환경적 요인 등등에 따라 수년만에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광학기기의 경우 관리만 잘되고 코팅 등이 멀쩡하다면 수십년 이상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마운트 역시도 기계적인 파손이나 마모가 없다면 계속 사용이 가능합니다. 저 역시 단종되고 더 이상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슈미트-뉴토니안 경통을 중고로 저렴하게 구매해서 정비해서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코망과 코동은 왜 추천하지 않느냐, 이건 앞서 설명했듯이 '입문자'용으로 적합하였던 장비입니다. 물론 입문자가 아니신 분들 중에서도 보조로 적당히 가지고 놀 용도로 구매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기본적으로 입문자 분들께서 많이 구매하셨던 제품입니다. 그리고 그게 중고로 지금까지 유통되고 있고요. 만약 운좋게 오랜 경력을 가지신 분이 잘 관리하고 잘 사용한 코망/코동을 판매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굴절망원경 경통이야 렌즈에 곰팡이가 없고, 파손이 없다면 바로 눈으로 확인이 되지만, 막 입문하였던 시기에 사용했던 장비였다면 과연 GOTO 경위대 내부의 부속들이 멀쩡할까 의문이 듭니다. 단순히 의구심이 아니라 지금도 인터넷 까페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글이 코망/코동 가대의 플라스틱 기어 파손 문제입니다. 클러치도 없는 가대를 그냥 손으로 잡고 돌렸거나, 떨어져서 충격이 가해졌던가 해서겠죠. 경험이 부족한 입문자가 망원경에 무리한 조작을 하는 것은 정말 인터넷에서 자주 접합니다. 예를 들어 무게 밸런스 전혀 고려 안한 조립 상태, 클러치 없는 GOTO 가대를 그냥 손으로 돌리기, 외팔 경위대에 적재중량 초과해서 운용하기 등. 마운트 내부의 상태는 정말 사용해보던가 분해해보기 전까진 모릅니다.
지금까지 수년에서 약 10년 정도 사이에 어떤 입문자의 손을 거쳐 간 것인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장비를 10년전 신품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게 가격으로 구매할 가치가 있을까요? 저는 제 지인들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입문자라면 처음부터 GOTO니 뭐니 하면서 코망/코동 중고 이런 것 찾아보지 마세요. 과거에 최강의 가성비 입문용 제품이었지만, 지금 와서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는 제품을 과거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때, 추천되었던 제품을 아직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중고거래 사기도 많은 제품입니다. 그냥 쳐다도 보지 마세요. 중고에 고장이라도 나면 정말 답도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플라스틱 기어 파손은 종종 3D프린팅으로 부품을 제작하시는데, 이마저도 다행인 경우고 할 줄 알아야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럼 대안으로 다른 추천 제품이 있느냐면, 90GT와 동급의 중국제 망원경이 40만원대로 국내 정식 수입된게 있긴 합니다. 제품명은 언급하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중국제라고 했지만 셀레스트론 90GT도 중국제입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것은 유선 컨트롤로가 별매로 되고, 휴대폰 블루투스로 조작이 가능하다는 정도일까요? 저야 개인적으로 구매할 일이 없을만한 제품이긴 한데, 입문자가 GOTO까지 바란다면 다른 대안이 딱히 없어보이긴 합니다. 해당 제품을 정식 수입하는 업체의 까페를 가서 초보 구매자 분들이 질문한 글을 보고 있으면 초보 분들이 제품 사용보다 제품을 부수는게 아닌가 싶으면서, 그걸 답변해주시는 판매자 분의 인내심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어집니다. 아마, 코망/코동도 아무것도 모르고 무리하게 조작된 가대가 정말 많을 겁니다.
이제는 좀비와 같은 코망/코동을 더 이상 찾지 마시고, 입문자라면 눈동냥을 충분히 하시고 다른 망원경을 알아보세요. 이제는 중고 매매글이나 입문자들의 질문 글에서 코망/코동이 자취를 감춰야 정상인 시기입니다.